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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를 끼고 오솔길 따라 지족암(知足庵, 해인사 산내암자)으로 가는 길. 길섶에 산죽(山竹)이 지천이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흥을 더한다. `중이 염불은 안 하고 무슨 노래?` 누군가 이렇게 말해도 모를 일이다.
그 즈음 한 노인이 멈춰서 응시하는 듯했다. 허리가 심하게 굽어진 모습이 얼핏 봐도 팔순은 넘어 보였다. 백발에 잘디잔 주름이 유난히 많은 그분은 찹쌀로 빚은 꿀떡을 건넸다. 훈훈한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맛깔스런 찹쌀떡이다.
어르신은 두 손에 찹쌀떡을 올려 힘겹게 허리를 펴시더니, 정성껏 떡을 내밀었다. 불교의 수행법 가운데 탁발(托鉢)이 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행위다.
탁발을 통해 수행자는 수행의 가장 큰 적인 아만과 고집을 버린다. 더불어 보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선업을 쌓는 공덕이 된다. 부처님도 탁발을 했다. 탁발에 의존하는 부처님을 두고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밥을 먹는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탁발하는 마음과 수행자의 자세를 언급했다. `마음은 나의 밭이고, 믿음은 나의 씨앗이다. 지혜는 나의 보습이며, 몸과 입과 생각으로 짓는 악업을 없애는 것은 내가 뽑는 잡초다. 이런 일을 하는 데 게으르지 않는 것이 나의 소(牛)다. 나는 이와 같이 밭 갈고 씨를 뿌려서 감로의 결실을 수확한다. 이것이 나의 농사다.`
떡을 입에 넣으니 쫀득쫀득하고 달다. 암자에 돌아와 법당에 들어서 부처님 전에 공양했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도반들을 찾아가 나눠 주기도 했다. `숙제`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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