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XG를 타는 한모(35·세무사)씨는 1년 전부터 고급 휘발유를 쓰기 시작했다. 최근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기름값이 껑충 뛰지만 그래도 그는 고급 휘발유를 고집한다. 한씨는 “우연히 고급 휘발유를 써보았는데 엔진오일을 새로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계속 쓰게 됐다”면서 “일반 휘발유를 넣을 때보다 연료비가 월 4만원 이상 더 들지만 차의 성능과 소음 저하를 생각하면 아까운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서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일반 휘발유보다 ℓ당 140∼150원이나 비싼 고급 휘발유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4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고급 휘발유는 판매량이 2003년 1만9520㎘에 그쳤으나 매년 폭증해 지난해는 7만3940㎘에 달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올해는 지난 9월까지 7만7380㎘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가뿐히 넘어섰다.

반면 무연 보통 휘발유은 2003, 2004년에 소비가 줄다가 2005년 2.28%, 2006년 0.21%로 미미한 증가율을 보이고, 올해 9월 현재 5.29%로 조금 늘었을 뿐이다. 경유는 지난해까지 계속 판매량이 감소하다가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정유업체들은 고급 휘발유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에너지는 자사의 고급 휘발유 브랜드 ‘솔룩스’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360곳까지 늘렸으며 2010년에는 8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킥스 프라임’(Kixx PRIME)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유소 내 ‘프라임 존’이란 별도 공간을 설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 밖에도 고급 휘발유 주유 고객들에게 별도 보너스카드 및 더블포인트 혜택을 내세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일본의 경우 고급 휘발유 비중이 25%에 달하는 점을 들며 우리나라에서도 고가 수입차와 스포츠카 시장이 커진 것이 고급 휘발유 판매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고급 승용차 운전자를 중심으로 고급 휘발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고급 휘발유는 엔진의 이상 발화를 막아 엔진을 보호하고 소음과 차량 떨림을 줄여줄 뿐 아니라 가속 성능과 출력을 향상시켜 고기능성 연료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카와 수입차뿐 아니라 중고차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정유사들은 강조한다.